완벽하지 않은 부모 프로젝트는 솔직한 육아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감과 위로, 그리고 진짜 육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둔 시리즈입니다.
아이 앞에서 화를 참지 못했던 날
아침부터 기분이 좀 그랬다.
잠이 덜 깬 채 일어나보니, 설거지는 어젯밤 그대로였고, 세탁기는 돌아가야 했고, 출근 준비하는 남편은 바빴고, 아이는 배고프다며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체력과 인내심이 반쯤 닳아버린 느낌이었다.
“엄마, 이거 해줘!”
“엄마, 나 이거 싫어!”
“엄마, 나 이거 안 해!”
말끝마다 튀어나오는 요구와 짜증.
처음엔 “알겠어~ 조금만 기다려볼까?” 하고 웃으며 대응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요구와 중간중간 실수하는 나 자신에 대한 답답함이 뒤섞이면서, 머릿속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터져버렸다
시간은 아침 10시 30분쯤.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정리하고 나서 간식 타임을 주려고 했는데, 아이는 계속 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미 여러 번 말했는데도 정리는 커녕 더 널어놓기만 하길래,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거야!”
내 목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그 말과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아이도, 나도, 동시에 멈췄다.
나는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눈앞의 아이는, 평소와 달리 말대꾸도, 칭얼거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보더니, 슬그럽게 눈을 돌리고, 장난감 하나를 주섬주섬 치우다가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아이의 반응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나는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왜 그렇게 큰 목소리를 냈을까.
그 순간의 감정이 앞섰고, 아이가 아닌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더 충격이었다.
아이는 혼난다고 느끼기보다는…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 눈빛 속엔 혼란과 무서움이 담겨 있었다.
그 작은 어깨가 주저앉는 걸 보면서, 내 마음도 주저앉았다.
후회와 자책, 그리고 마주한 마음
아이를 조용히 안고 소파에 앉았다.
그 작은 몸을 안았을 때, 아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안겨 있는 아이를 보며, 나도 말없이 등을 토닥였다.
“엄마가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어.
근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말하면서 울컥했다.
사과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특히 아이에게, 부모라는 이름으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아이는 용서했다, 나는 성장했다
아이의 반응은 너무도 단순했다.
조용히 내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괜찮아, 엄마.” 하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 말에 마음이 무너졌다.
내가 아이에게 준 상처는 그렇게 쉽게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이는 단순히 용서해주었다.
아니, 용서라기보다 이해해준 것이다.
엄마도 가끔 힘들 수 있다는 걸, 말보다 먼저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그날 이후, 나는 내 감정을 더 자주 들여다보려고 한다.
화를 참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화를 쌓아두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
내가 지쳐 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대하지 않도록, 나를 먼저 챙기는 것.
그것이 결국 아이에게도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오늘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우리는 누구나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감정도 있고 실수도 하는, 그저 ‘사람’일 뿐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항상 잘 참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정답을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실수했을 때 외면하지 않고, 아이 앞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나도 조금씩 성장하는 것.
오늘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배웠고,
아이로부터 용서와 사랑을 다시 배웠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 마무리하며
육아는 매일이 도전이고, 매일이 연습입니다.
실수했다고 해서 나쁜 부모는 아니에요.
실수한 뒤,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부모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믿어요.
혹시 오늘, 아이 앞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분이 있다면…
괜찮아요.
당신도 사람이고, 아이도 그 마음을 느낄 거예요.
사과하고, 껴안아 주세요.
아이도, 당신도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