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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부모 프로젝트 #2

by kokmom 2025. 5. 22.

완벽하지 않은 부모 프로젝트는 솔직한 육아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감과 위로, 그리고 진짜 육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둔 시리즈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부모 프로젝트
완벽하지 않은 부모 프로젝트

좋은 부모가 되려다 탈진했던 어느 하루

 

“나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았던 날부터 그 생각은 머릿속 깊이 자리를 잡았다.
부드럽게 말해주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말을 아끼지 않고, 놀이도 잘해주고, 영양도 챙기고, 책도 자주 읽어주는…
그런 이상적인 부모 말이다.

하지만 육아는 교과서가 아니었다.
현실은 늘 예측 불가였고, 내 감정은 교과서처럼 일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나는 그 ‘좋은 부모’라는 이상에 목까지 잠겨버렸다.

 

하루의 시작은 의욕으로 가득했다

 

그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아이에게 먹일 유기농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을 미리 꺼내두었다.
날씨가 좋아서 산책도 할 겸 놀이터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고, 낮잠 시간에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줄 생각이었다.

“오늘은 진짜 좋은 엄마가 되어볼 거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를 깨우며 따뜻하게 인사했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식탁에 앉혔다.
하지만 아이는 아침부터 이유식을 거부했다.
한 숟가락 먹고는 고개를 돌리고, 뱉고,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 오늘은 좀 더 부드럽게 말해보자.”

나는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달랬고, 다른 방법으로 유도도 해보았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씨름하다, 결국 아이는 한 숟갈 먹고 끝이 났다.

 

좋은 부모 되려는 내 마음은 점점 무너졌다

 

“그래, 아침은 그럴 수도 있지.”

점심은 좀 더 잘 먹겠지 싶어 놀이 시간도 아이 중심으로 진행했다.
플라스틱 블록을 함께 조립하고, 퍼즐도 맞춰보았다.
하지만 10분쯤 지났을까.
아이는 갑자기 블록을 내 손에서 빼앗고 바닥에 던지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화가 난 걸까?”
당황스러웠다.
나는 아이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려 애썼다.
무작정 혼내지 않고, 아이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나름대로 분석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계속 쌓이는 피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하루, 그리고 ‘이렇게 해도 안 되면 난 뭘 더 해야 하지?’라는 자책감이 고개를 들었다.

 

점점 무너지는 감정의 뚝

 

낮잠 시간, 아이는 쉽게 잠들지 않았다.
다섯 번, 여섯 번, 아이를 안고 흔들며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아이는 울며 떼를 썼고, 나는 거의 1시간 가까이 씨름하다가 겨우 재웠다.

아이를 재운 뒤,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려는 순간—문득 허무함이 밀려왔다.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정답대로만 살려는 하루는 오히려 나를 정답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내 감정은 이미 오래 전에 지쳤고, 의욕은 점점 탈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이를 위해, 좋은 부모가 되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결국 나는 한숨만 늘어가는 사람, 감정이 뭉개진 사람,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미안한 부모가 되어 있었다.

 

나를 다그치던 말들

 

“왜 이렇게 쉽게 지치지?”
“다른 엄마들은 이 정도는 다 하던데…”
“나는 왜 이렇게 못하나…”

머릿속엔 끝없는 비교와 자책이 몰려왔다.
그 와중에도 아이가 깰까 봐 조심하며 커피를 홀짝였고, 집안일은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아이가 잠든 후 나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온몸이 녹초였고,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결국, 나는 깨달았다

 

나는 오늘 ‘좋은 부모’가 되려다 실패한 것이 아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다 지쳐버린 것이다.

좋은 부모란,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의 감정을 항상 100% 받아줄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그저 아이를 사랑하고, 나 자신도 챙기려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날 나는 너무 열심히 ‘아이만을 위한 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정작 내 감정은 방치했고, 내 쉼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 탈진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오늘의 교훈

 

육아는 마라톤 같다는 말, 이제야 이해가 간다.
페이스 조절 없이 전력 질주하면, 결국 길 중간에서 쓰러지게 되어 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내가 나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 한다.

아이가 울어도, 내 감정을 먼저 추스르고

이유식을 안 먹어도, 나까지 무너지지 않고

낮잠이 길어지지 않아도, 그 시간에 억지로 뭔가 하려 하지 않고

내 마음의 여유를 아이에게 나눠줄 수 있는 날이
진짜 ‘좋은 부모’가 되는 날이라고 믿기로 했다.

 

💌 마무리하며

 

오늘도 수고했어요.
당신은 오늘 ‘좋은 부모’가 되려 애썼고,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합니다.
육아는 매일이 다르고, 부모도 매일 새로 배웁니다.
탈진했던 날이 부끄러운 날이 아니라, 성장의 한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부모일지라도,
진심을 담은 부모라면 그걸로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