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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부모 프로젝트 #3

by kokmom 2025. 5. 22.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한 엄마/아빠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화면이, 아이보다 더 중요한가?”

하지만 어느새 손에는 또다시 핸드폰이 들려 있다.
뉴스를 잠깐 본다고 했던 게 SNS로 이어지고, 카톡 하나 답하다가 짧은 영상 몇 개를 넘기다 보면 아이는 옆에서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다.

눈앞의 아이가 아니라, 손안의 세계를 들여다보느라
나는 오늘도 아이의 한 장면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 나 좀 봐줘.”

 

“엄마, 나 봐봐!”
“아빠, 이것 좀 같이 해보자~”

아이의 부름에 “어~ 잠깐만” 하고 대답하곤,
나는 다시 핸드폰 화면을 스크롤한다.
‘조금만 더 보고’, ‘이것만 확인하고’, ‘지금 아니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라는 이유들이 쉴 새 없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잠깐’이 반복되면, 아이는 결국 말이 줄어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조용함을 편안함으로 착각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는 더 이상 “봐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때 깨닫는다.
내가 핸드폰을 본 만큼, 아이의 눈빛은 멀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냥… 잠깐 쉰 거였어.”

 

누가 뭐래도, 육아는 고되고 끝이 없다.
하루 종일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감정을 받아내고, 하루에 수십 번씩 반복되는 육아 루틴을 소화하다 보면
**핸드폰은 유일한 ‘내 공간’**처럼 느껴진다.

대화 없는 채팅창, 짧은 웃음을 주는 영상, 좋아요 한 줄…
그 속에서 나는 부모가 아니라 한 사람의 나로 잠시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사실은, 잠깐이라도 숨 좀 쉬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잠깐’이 쌓이자, 아이와 나 사이에도 벽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보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어느 날, 거실에서 아이가 혼자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작은 플라스틱 핸드폰을 귀에 대고,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응, 지금 일하는 중이야. 나중에 놀자.”

나는 그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말투도, 말의 내용도 너무 익숙했다.
그건 내가 늘 아이에게 하던 말이었다.

아이는 말보다 더 잘 흉내 낸다.
내 말투, 내 행동, 내 눈빛까지.
아이의 소꿉놀이는 그저 장난이 아니라,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핸드폰을 들 때마다
아이의 그 작고 진지한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다.

 

“아이의 시간은 지금뿐인데”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조금만 더 크면 많이 놀아줘야지.’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진짜 놀아줘야지.’

하지만 아이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 이 짧은 눈맞춤 안에 있다.
5살의 아이는 다시 5살이 되지 않고,
지금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과 말투는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을 때쯤,
나는 이미 많은 순간을 놓치고 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는 작은 실천들

 

나는 완전히 바뀌지 못했지만,
작은 약속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아이와 있는 시간엔 핸드폰을 다른 방에 두기

보이지 않으면 덜 찾게 된다.

오히려 더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게 된다.

정해진 시간에만 핸드폰 확인하기

예: 낮잠 시간, 저녁 먹고 난 뒤 10분 등

시간을 정해두니 덜 불안하고, 중독감도 줄었다.

아이와의 놀이에 ‘사진 찍기’는 잠시 미루기

예쁜 장면을 찍기보다, 그냥 눈으로 보며 함께 웃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

이렇게 조금씩 핸드폰을 내려놓으니,
아이의 눈빛이 더 자주 마주쳤고,
“엄마, 오늘 진짜 많이 놀아줬어”라는 말도 듣게 되었다.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는 어려워도…

 

부모도 사람이다.
정보를 확인하고 싶고, 외부와 연결되고 싶고,
무엇보다 잠깐의 현실도피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핸드폰을 완전히 끊으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그 화면이 아이보다 먼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함께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고,
부모에게도 아이를 온전히 바라보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 오늘의 다짐

 

오늘도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이의 눈이 먼저 내 눈을 찾고 있었음을 기억하고,
그 손을 잡기 위해 한 번 더 내려놓아본다.

그리고 말한다.
“그래, 엄마가 지금 너랑 놀아줄게.”
“아빠 여기 있어.”

그 짧은 한마디가
아이의 하루를 바꾸고,
나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든다.